일상

내가 좋아하는 장진감독님, 아는여자로 내게 다가오다

머니퍼즐러 2013. 6. 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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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여자. 2004년, 내가 스물셋에 보게 된 영화다.

아직 까마득하게 어렸고 군 생활 중이었다. 평소 문화나 영화에 큰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던 나. 그 흔한 동네 친한형, 대학 고학번 선배 없이 독고다이로 살아왔던 인생이라 문화시민으로써 살아가는 방법이나, 문화소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누가 알려준 적도 없을 뿐더러 그에 대한 사색의 시간도 전무했었다. 그래서 였겠지, 영화가 드라마랑 어떻게 다른지, 혹은 드라마나 영화를 왜 '작품'이라 칭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조차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아는여자를 영화로 본 것은 영화를 왜 작품이라 부르는지 알게 된 첫 경험이었다. 미술작품에 '작품'이라 부르는 건 당연한 얘기였지만(그렇다고 미술작품에 대하여 뭐 아는것도 없는 나다), 영화에 '작품'이라는 글자가 붙는게 좀처럼 이해 되지 않았던 아직 어린시절의 나였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작품에 감독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싸이코패스의 연쇄살인을 영화화 한다고 해보자. A감독은 싸이코패스의 살인장면, 피해자가 절망에 몸서리치며 쫓기다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피튀기게 잔인한 가해자의 영상이 극단적으로 보이도록 담아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사실을 영화하 하는 B라는 감독은 싸이코패스의 지난 과거를 담아내고, 연쇄살인의 최초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그들을 정신적으로 병들게 만들었던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관객들에게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B라는 감독의 전형이 장진감독이다.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을 하던 장진감독은 그 답게도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말과 위트있는 언행으로 힘을 보태주었다. 장진감독의 작품에서 느꼈던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살짝 영화얘기로 돌아오면 아는여자의 동칠성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좌절하지만, 절망의 끝,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미칠것 같지만 정작 진짜로 미치지는 못하는 것이 아이러니 아닐까. 동칠성은 자살의 방법으로 마라톤을 택하고 미친듯이 전력질주 한다. 나레이션으로 '자살의 방법으로 마라톤을 선택한 난 천재다'라고 읖조리며.. 다음장면으로 전환됐을 때, 그는 병원에 누워 있지 못했다. 또 한번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마라톤의 3등 상품은 김치 냉장고다' 개인적으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 떠오르는 나만의 영화명장면 베스트 5안에 든다.  팔짝팔짝 뛰며 3등해서 김치냉장고를 타온 정재영(동치성분)을 보며 기뻐하는 이나영을 보며 미치고 싶지만 미치지 못하는 그 속내를 표정연기로 정말 잘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영화전체, 장진감독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장진 감독의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씬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을 바라보는 장진 감독의 따뜻한 시선, 극악한 환경조차도 유머와 위트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리는 장진감독의 연출이 너무도 좋다.

개인적으로 소주한잔 얻어먹고 싶게 만드는 형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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