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6일 오후 5시 41분, 마포 진오비 산부인과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아직 우리 아들이 태아 일 때, 잔잔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우리가 다니던 산부인과는 태어날때까지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 병원으로 유명했다. 요새 만나기 어려운 참 의사. 숭고한 생명탄생의 작업을 리드하는 직업을 가진 분으로써의 사명감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분이다. 첫 아기라 조금은 괜히 불안하기도 하고, 좀 더 상세한 상담을 해주셨으면 하는데 뭐 그렇게 친절하신 편은 아니다. 어쨌든 선생님의 진가는 출산일날 느끼게 되었지만(아주 감동적이고 훌륭한 상황이 펼쳐졌었다. 그건 다음기회에..) 그전까지는 약간은 불만이기도 했었다.
그 성별을 알려주시지 않는 바람에 나는 임신 5~6개월차까지 딸로 확신하고 있었다. 이유인 즉슨 엄마와 장모님이 똑같이 고양이 꿈을 꿨다는 거.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고양이 꿈은 여자를 의미한다는 글밖에 나오질 않으니 당연히 그런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왠지 딸을 낳게 될 것만 같은 느낌. 뭐 그런게 있었던 것 같다.
와이프의 직업이 간호사인 관계로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다니는 병원에서 자체 초음파 촬영을 부탁해 성별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이럴수가 아들이었던 것이다. 와이프는 매우 놀라서 나한테 전화했고, 나는 그 전화를 받고 정말 엄청난 충격에 빠졌었더랬다.
마치 내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을 잃은 느낌.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아들이 생겼다는 것. 충격을 매우 크게 받은 건 사실이다.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빵 터져서는 그게 뭔소리냐고 면박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사실은 내가 아들을 원하고 있었나? 싶기도 했다. 워낙 긍정적이고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즐겨하는 나로써는 5분간의 폭풍같은 충격의 시간이 지난 후, 뛸듯이 기뻐했다. 사실 아들인데 딸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미안함을 상쇄하기 위해선, 기존보다 더 기뻐해야 했다. 뱃속의 우리 아들을 위해선 ㅎㅎ
그렇게 우리 아들이 태어난지 꼬박 3년이 흐른, 지난 금요일 8월16일에 우리 아들의 세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튼튼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는게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부터 늘 생각하던 바람이었는데 그렇게 커주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행복하다. 앞으로도 계속 내가 아이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와이프도 생기겠지만, 그럴때 마다 내 스스로를 다잡아 아들의 건강한 신체와 정신만을 바랄 것이다. 새벽 두 시가 가까이 된 지금 이시간에도 내옆을 왔다갔다 하며, 만화를 보고 노래를 따라부르고 신나게 놀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젠틀하고 다른 친구들 잘 보살피는 매력남으로 행동하며 산단다. 가끔 어린이집 선생님께 식사를 대접하는데, 벌써 3년차 시원이를 돌보고 계시다. 얼마나 예뻐하시는지 세상에 이런일이에 제보라도 해야할 정도로 예뻐하신다. 이 녀석이 어딜가나 복덩이라고 얘기듣고 예쁨 받는데, 어릴적 내 환경이 그러질 못했어서 이녀석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느끼곤 한다.
언제나 변함없이 이대로만 커주기를.. 나와 와이프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기를. 선하고 올바르게 살아가기를. 잘못된 건 잘못됐다 인정하는 도량이 큰 사나이가 되기를. 오늘도 아들을 보며 피로함을 지운다.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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